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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기고] 전교조 운동의 방향과 과제 : 연대는 정규직 노동자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2026-05-15호)

작성자
eduworker
작성일
2026-06-02 03:28
조회
51
연대는 정규직 노동자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 장인하(전 전교조 조합원)

외부에서 전교조에 대해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 잠시 몸을 담았었다고는 하더라도, 오히려 잠깐이었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전교조 밖에 있으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전하는 것으로 글을 대신하려고 한다.

최근 의료연대 20년사 집필 작업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의료연대 활동가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병원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중심이었던 의료연대는, 다른 여러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조합들과 달리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 해야 한다는 원칙을 잃지 않았고, 그 결과 문재인 정부 당시 국공립대 병원에서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쟁취했다.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정규직 노동자/노동조합의 반발을 생각하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나 별도의 무기계약직군을 만들지 않고 정규직화를 쟁취해 낸 의료연대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인터뷰 과정에서 “의료연대는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했어요?? 정규직 조합원들의 반발은 없었나요??”를 반복적으로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반발이 당연히 있었다, 병원은 위계가 강한 조직이고 직종 간 갈등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 어떻게 하신거예요??) ‘그만큼 교육이랑 현장 간담회를 많이 했다, 그리고 직종 간에 서로 만날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었다, 사실 같이 일하면서도 서로의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꾸 만나게 하고 또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힘을 합치면 노동조합이 더 강해진다는걸 조합원들이 알게 해야 한다, 조합원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방법이 없다, 그게 왜 필요하고 당연한지를 계속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

의료연대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료연대에서는 노조가 제시하는 전망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경로, 그리고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잘 정렬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조는 의료공공성이라는 기치 아래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의료공공성 강화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내세우며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환자, 보호자, 그리고 시민들을 설득하려고 일관되게 노력해 왔고, 이러한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모든 노동자가 힘을 합쳐 파업해야 한다는 경로를 조합원들에게 제시하였다. 조합원들은 내 임금을 높이고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의료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좋든 싫든)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과 힘을 합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결국 의료연대 조합원들은 직종 및 고용 형태를 가로질러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병원 노동자’라는 공통의 (느슨한) 정체성 아래에서 사회 전체의 이익(의료공공성 강화)-병원 노동자의 이익(노동조합의 발언권과 협상력 증대)-나의 직종의 이익(임금 인상, 인력 충원)이 같은 방향 속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노조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조합원들은 그러한 전망 속에서 노동조합이 제시하는 경로에 동참하면 정말로 나의 삶이 바뀐다는 효능감을 느끼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노동자는 하나다와 같은) 불편한 이야기를 점점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노조 활동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를 바란다. 이건 자명한 사실이어서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누구와 일치시킬지, 어느 집단과 연결되고 어느 집단과는 선을 그을지에 있어서 노동조합은 여전히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제시하는 전망-경로-실천의 배열이 조합원들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다면, 정규직 교사들도 분명 사회적 이익과 전체 교육노동자의 이익, 그리고 교사 직종의 이익이 함께 갈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것을 분명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이 얼마나 지난하고 고된 과정일지 말해 무엇할까. 그렇지만 가까이 의료연대뿐만이 아니라, 저 멀리 미국의 교사노동조합들의 사례도 이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2020년을 전후로 하여 여러 주에서 있었던 교사노동조합의 파업과 조직화 사례가 미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분석들은 공통적으로 교사노동조합들의 투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으로 교사들의 파업에 학교의 다른 직종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는 것, 그리고 지역사회, 특히 양육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매우 중요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결과 교사의 파업이 불법이었던 여러 보수적인 주들에서도 교사들의 파업이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교육을 전문성의 영역으로 한정 짓고 교사만이 교육의 유일한 전문가이자 주체라고 말하는 것이 당장 어떤 교사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효능감을 주어야 하며, 그렇기에 노동조합이 제시하는 전망과 그 경로가 중요할 터이다. 그리고 그러한 전망은 언제나 풍파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궂은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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