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 국가교육회의의 기만적인 2022 개정교육과정 설문조사 분석 - <고교학점제 반대 교사 선언>을 통해 진짜 현장의 목소리를 내자! (2021.6.5)
<고교학점제 반대 교사 선언>을 통해 진짜 현장의 목소리를 내자!
장인하(전교조)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정부의 행보는 거침없다. 정부 는 지난 2월 고교학점제 도입 계획을 발표한 이래 각종 법안을 내놓으며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제도 정비를 하고 있다. 10월에 총론이 발표될 예정인 2022 개정 교 육과정도 마찬가지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사실상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인데, 정부는 이를 위해 명분 축 적용 의견수렴 과정에 돌입했다.
현재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그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 지지 않았다. 다만 그 대략적인 내용을 예측해볼 수 있 다. 현재 교육과정 개정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가교육회의에서 운영하는 국민참여단 을 통해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 고 있는데, 이 설문조사 문항들에는 2022 개정 교육과 정의 모습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국민참 여단 설문조사 문항 분석을 통해 2022 개정 교육과정 의 문제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교육과정 구성의 방향: 학생의 ‘책임’ 강조
교육과정의 ‘미래 인재상’과 ‘교육과정의 방향’에 대한 질문에서는 학생의 선택권-주도성-책임성을 등위에 놓 고 이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과정의 방향을 묻는 문항 에서는 발문에 “학생 주도성은 스스로 무엇을 배울 것 인지 계획하여 학습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학생의 주도성을 확대할지 축소할지를 묻고 있다. 말 그대로 답정너 질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맥락 없이 질문만을 놓고 보면 당연히 학생의 주도성을 확대 하자고 답하지 않겠는가), 이 뻔한 질문은 결국 ‘학생의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고교학점제 도입의 명분을 쌓음 과 동시에, 그만큼 ‘학생의 책임’을 강조하겠다는 의도 를 내보인다. 주도성을 책임성과 등치 해 ‘책임’의 위상 을 높여 놓은 것이다. 교육과정에서의 ‘책임’의 강조는 자율적 선택의 결과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신자유 주의 논리를 교육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과목별 성취평가에 따른 미이수 제도를 염두에 둔 것이 겠지만, 무엇보다 ‘능력이 없는 것은, 노력하지 않은 너 의 책임이야’라는 공정의 논리가 이제 교육과정에 더 깊숙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초등학교‧중학교에 미치는 영향: ‘기본(기 초) 학력’의 강조
어떤 문항에서는 “고교학점제란 고등학생이 기초 소양 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 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여 기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 탕으로”라는 말이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고교학점 제는 선택 과목의 비중을 유례없이 늘리는 방향을 설정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아지니 ‘기초 소 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라는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선택과목을 듣는데 언제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기를 수 있을까? 결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기본 학력’을 강조할 것이다. 정부는 현재 기본학력보장법안을 내놓고 학업성취도평 가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고교학점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도 미칠 영향을 예 측해볼 수 있다.
실제 이후 문항에서도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 을 물으면서 그에 대한 응답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 한 학습 관리‧상담 △기초 학습 부진 학생 지도 △개별 학생에 대한 진단평가 시스템 개발을 제시하며 기초 학 력의 문제를 강조하여 다루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 기 술’은 현재 사교육 업체를 동원한 AI 학습 진단‧보정 프 로그램으로, 진단평가는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 평가 도입 시도로 이미 그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내용이다. ‘기본(기초)학력’이라는 이름 아래 교육을 시장화하고 퇴행화하는 흐름은 고교학점제와 2022 개정 교육과정 에서 더욱 강화될 것이다.
교육의 개방화‧온라인화‧시장화
고교학점제 시행과 관련된 교육과정 개편 방안을 묻는 말이 여럿이다. 그런데 해당 질문들에서는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인한 문제점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지 그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고교학점제 도입 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점 중의 하나는 학생들의 선 택을 무작정 늘려놓는 반면 개별 학교는 이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 한 명이 다교과‧ 다과목 수업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교사의 다교과‧다과 목 수업은 수업의 질 저하와 직결된다는 점은 교육부도 잘 알고 있다. 이에, 본 설문조사에서 대안으로 제시하 는 것이 바로 △학교 밖 교육의 학점 인정 △온라인 수 업의 확대 △교육청 주관 수업의 확대 등이다. 학교 밖 교육을 공식 교육으로 인정할 경우 민간 영역이 공교육 속으로 들어오게 되며, 학교 밖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자원을 가졌는지에 따라 학생 간 격차가 심화할 것이 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적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온라인 교육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 러한 교육의 개방화와 온라인화는, 결국에는 ‘교육 콘텐 츠’를 제공하는 민간 자본이 공교육으로 들어오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이는 이미 정부의 미래교육 방향(민간 사업자의 공교육 콘텐츠 제공)에서 드러난 바 있는 방 향이다.
<고교학점제 반대 교사 선언>을 통해 기만적인 의견수 렴을 거부하고 현장의 진짜 목소리를 내자!
위에서 언급한 내용 이외에도, 국가교육회의에서 진행 하고 있는 설문조사에는 고교학점제와 2022 개정 교육 과정에 대한 각종 힌트(?)와 문제점들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질문과 그에 따른 선택지가 애초에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없게 설계되어 있기도 하다. ‘고교학 점제 교육과정’ 도입을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의견수 렴을 한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고교학점제 및 이를 위한 2022 개정 교육과 정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만적인 의견수렴 과 정들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고 대응해야 한다. 국가교육 회의의 대국민 교육과정 의견수렴이 6월 17일까지이 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에서 제안한 <고교학점제 반대 및 2022 교육과정 개정 중단 요구 교사 선언>을 6월 17일 전에 발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의 명분 축적을 위한 기만적인 대국민 의견수렴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고교학점제 반대를 명확히 하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교사 선언>을 통해 알려내 자. <고교학점제 반대 및 2022 교육과정 개정 중단 요 구 교사 선언>은 6월 14일까지 참여 신청을 받고 16일 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요청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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